정지용 향수1 [맞춤법신공] '풀섶'은 '풀숲'의 방언, 그럼 '불섶'은? 우리말 길라잡이 맞춤법 '풀섶'이라고 많이 쓰던데 풀섶이 아닌 풀숲이라고? 그럼 '길섶'은 뭐고, '불섶'은 뭐야?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빈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던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 2019. 9.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