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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좋은말

[맞춤법신공] '칠흙'은 '흙'이고 '칠흑'은 '검은 빛의 옻칠'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9. 11.

우리말 길라잡이 맞춤법

'칠흑'은 '검은빛의 옻칠'을 말해.

 

 

칠흙같은 어둠이라고는 하지마.

너의 흑역사가 그때부터 시작될 거야.

'칠흑 같은 어둠'

어디서 이 표현을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가 않습니다. 아마도 문학 과목에서 예문으로 나오지 않았나 짐작하는데, 이상하게도 들은 적이 많지 않아도 그 기억이 선명한 말들이 있습니다. 제게는 '칠흑'이 바로 그런 표현 중 하나입니다. 

어릴 적 학교에서 찰흙을 가지고 만들기 수업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찰흙 대신 클레이 점토를 사용한다고 하죠. 클레이 점토를 만져본 적이 없어 그것이 어떤 느낌이 주는 모르겠지만 찰흙과는 달리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처음 '칠흑'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었을 때 '찰흙'을 떠올리며 '칠흙'이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흙'이 가지고 있는 어두운 이미지를 연상하며 그 표현이 옳은 표현인 줄 알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칠흙'이 아니라 '칠흑'이라는 사실을 알고 굉징히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칠흑 같은 야음을 틈타 도주를 시도했다.”

여기서 '칠흑(漆黑)'이란 옻칠처럼 검고 광택이 있음. 또는 그런 빛깔을 뜻합니다. 말 그대로 옻(漆) 나무의 진(소나무 진을 송진이라고 하죠)에 착색제나 건조제를 넣어서 만든 도료를 바른 것처럼 '검다'라는 것이죠. 

  • 칠흑의 밤 / 칠흑의 어둠 / 칠흑 같은 바다 / 칠흑 같은 밤하늘 / 칠흑 같이 어둡다.
  • 언니는 칠흑 같은 긴 머리칼을 정성 들여 빗었다.
  • 사내는 달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 구조 대원들은 생존자를 찾기 위해 칠흑보다도 깜깜한 밤바다를 누볐다.

옻칠은 옻나무의 수액입니다. 일반적으로 옻을 채취하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한 번에 모든 옻을 다 채취한 뒤 옻나무를 베어버리는 살소법(殺搔法, 살소법으로 베어진 옻나무는 새움이 돋아나 다시 칠액이 생산되기까지 7-8년이 걸린다)과 하나는 옻나무를 베지 않고 매년 조금씩 칠액을 채취하는 양생법(養生法)이 있습니다. 칠액은 옻나무 껍질과 속살 사이의 칠액구에 칼로 금을 그어 흠을 내고 칠액이 흘러나오게 하여 주걱으로 긁어서 수집을 합니다.

처음 나온 칠은 유백색, 우윳빛으로 원액에서 불순물을 걸러낸 것을 생칠, 햇빛이나 숯불로 수분을 증발시켜 얻은 칠을 투명칠 혹은 정제칠이라 합니다. 여기에 숯검정이나 광물성 물감들을 넣어서 흑칠을 비롯한 색칠을 만들어내는데, 표면에 무언가 색칠을 하거나 바를 때 칠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도 옻칠에서 유래됐습니다. 오늘 알아 본 '칠흑 같다'는 말 또한 검은빛의 옻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만하면 '칠흑'이 '칠흙'이어선 안된다는 것을 다 아시겠죠?

참고로 '칠흑 같은 야음을 틈타 도주하는 것'을 '야밤도주'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야반도주'라고 해야 할까요?

 '야밤'이 밤이라는 뜻의 '야(夜)'라는 한자어와 우리말 '밤'이 합쳐진 것이니까 '야반'보다는 '야밤'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착각입니다. '야밤'은 같은 뜻의 한자어와 우리말이 중복으로 쓰여 어법상 맞지는 않지만, 이미 그 형태가 굳어져 '깊은 밤'이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야반(夜半)'은 그 한자어의 뜻 그대로 '밤의 반', '밤의 중간', '밤중'을 의미합니다. 도주를 하는 경우 초저녁(初夜)에 움직이게 되면 당연히 남들이 알아채겠죠. 그래서 '밤중'에 도주를 한다는 의미로 '야반도주'가 맞는 표현입니다.

다른 표현으로는 '야간 도주'를 써도 무방합니다만 '야밤도주'는 아닙니다.

도움이 되셨나요? 우리말 재미있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모든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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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물은 색깔이 없다. 무엇이 담기고 무엇이 비치는지에 따라 그 빛깔이 달라 보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물은 물들지 않는다. 물이 아닌 것을 투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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