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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좋은말

[맞춤법신공] 한 '웅큼'이 아니라 '움쿰'을 써야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9. 12.

우리말 길라잡이 맞춤법

'움켜쥐다'지, '웅켜쥐다'는 아니잖아

웅키지 말고 움키라고.

한 움큼은 한 줌 움켜쥘 만한 분량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책을 다시 읽어보니 느낌이 새롭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한때 유행이었습니다. 동화가 실제로는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그 메시지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던 것처럼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서 속에서 미처 알아채지 못한 날카로운 현실비판이 이제는 보이기 시작합니다. 

많이 좋아했던 동화 중에 '두 하인과 새끼줄'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주인이 하인 둘을 불러놓고 말했습니다.

"오늘이 섣달그믐이니, 약속한 대로 자네들은 내일부터 자유의 몸일세.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이 있네. 오늘 밤 이 짚으로 새끼를 좀 꼬아주어야겠네. 가능하면 가늘고 길게 꼬아 주시게. 아마 이 일이 우리 집에서 하는 마지막 일이 될 걸세. 그러니 명심해서 내가 부탁한 대로 새끼를 꼬아 주기 바라네.”

한 하인은 불평을 늘어놓으며 마지못해 새끼 꼬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하인은 부지런히 새끼를 꼬면서 그를 나무랐습니다. 
"여보게, 불평은 그만 하게. 세상에 우리 주인 같은 분이 또 어디 있나. 게다가 내일부터는 우리를 자유의 몸이 되도록 해주시지 않았는가. 우리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정성을 다 해서 가늘고 질기고 길게 꼬아주세.”

이렇게 말하며 그는 주인이 시키는 대로 아주 가늘고 질기고 길게 새끼를 꼬았습니다. 그러나 불평을 하던 하인은 새끼를 대충 굵게 꼬고는 잠을 자버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주인은 작별인사를 나누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했습니다.

"여러 해 동안 내 집에서 고생이 많았네. 자네들이 열심히 일해준 덕분에 우리 집 살림은 많이 늘어났네. 이제 자네들을 그냥 보내기가 섭섭해 선물을 좀 주려고 하네.” 주인은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하인들에게 다시 말을 이어 갔습니다.

“어젯밤에 꼰 새끼들을 가져오게. 그리고 광문을 열고 항아리 속에 있는 엽전을 새끼에 꿰어 가져 가게. 반드시 새끼에 꿰어 가져 가되 가져갈 수 있는 만큼 맘껏 가져가도 되네. 부디 그 돈으로 잘들 살기 바라네..”

밤새 착실하게 새끼를 꼰 하인은 많은 엽전을 기쁘고 즐겁게 새끼에 꿸 수 있었지만, 불평불만만 늘어놓은 하인은 자신이 꼬았던 새끼가 굵고 짧아서 엽전이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억지로 엽전을 집어넣어 보았지만, 그나마도 새끼가 부실하게 꼬여졌던 탓에 엽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야기 일반적인 교훈이야 아시다시피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최근에 다시 이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시 생각해 볼 부분이 많다고 느껴지더군요. 

오늘은 한 움큼과 한 웅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말로 하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더라도 그 의미가 전달되기 때문에 '움큼'과 '웅큼'의 바른 표기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으실 겁니다. 저도 가끔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단어의 변천 과정을 통해서 확실하게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움큼'과 '웅큼' 중에서 표준어는 '움큼'입니다.

'움큼'은 손으로 한 줌 움켜쥘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입니다. 

  • 두세 움큼 / 한 움큼 꺼내다 / 한 움큼을 쥐다 / 한 움큼 집다.
  • 아이가 내게 주머니에서 동전을 한 움큼 꺼내 보였다.
  • 엄마는 콩을 한 움큼 쥐어 씻어 놓은 쌀 위에 올리셨다.
  • 지수가 양손에 사탕을 한 움큼씩 들고 와 우리에게 나누어 주었다.
  • 나는 집에 오는 길에 꽃잎을 한 움큼 따와서 손톱에 물을 들였다.

'움켜쥐다', '움키다'라는 표현을 통해서도 '웅큼'이 아닌 '움큼'이 맞는 표현이라는 것을 연상할 수도 있지만, 국립국어원의 자료를 통해 좀 더 자세한 단어의 변천과정을 알아보겠습니다.

현대 국어 ‘움쿰’의 옛말인 '우희윰'과 '우훔'은 15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난다. '우희윰'은 "움키다"라는 뜻의 '우희-'에 명사형 어미 '-움'이 결합된 것으로 제2음절의 'y'로 인해 제3음절에 'y'가 삽입되어 '윰'으로 나타난 것이다. '우훔'에도 명사형 어미 '-움'이 결합된 것으로 보이는데 다만 '우훔'이라는 형태를 고려할 때 어간을 '우희-'로 보기는 어렵다. '우훔'은 근대 국어 시기에 '우흠'으로 바뀌어 나타난다. 19세기 문헌에 나타나는 '움쿰'은 '우희-'가 '움킈-'로 변화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한 줌 움켜쥘 만한 분량이 많지 않다고 여기실 수도 있지만, 그 한 줌조차 얻지 못해서 마음을 졸이는 일들이 많습니다. 평가절하되거나 대수롭게 여겨지는 일들이 누구에게는 삶의 전부일 수 있는데도 말이죠. 

도움이 되셨나요? 우리말 재미있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모든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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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의자에 앉았을 때 온기가 느껴지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그 자리에 있었던 누군가의 체온이든, 빈 자리에 남모르게 앉아있던 햇살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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