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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좋은말

[맞춤법신공] 우리 사이 '막역한 사이일까' 아니면 '막연한 사이일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8. 21.

우리말 길라잡이 맞춤법

'허물없이 친한 사이는 '막역한 사이'

 

 

 

 가끔은 허물있는 막연한 사이가 되고 싶기도 해.

기억이 아득하고 어렴풋한 '막연한 사이'가 좋을 수도.

"어린 시절에 만난 친구들이 진짜 친구다"라는 말을 주변에서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말을 그런가보다 하고 여겼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꼭 어린 시절의 친구인 것은 아니지만, 그 때를 제외하고 서로의 부끄러움을 숨기지 않고 사귀었던 이들이 많지 않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 토크쇼 방식의 예능을 좋아합니다. 잘 말들어진 이야기를 연기하는 방식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에 더 흥미를 느낍니다. 

토크쇼 방식의 예능 프로그램은 잘 짜여진 대본 위에서 존재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의 관점에서 사람을 알아간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화려함 속에 드러나지 않은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저 사람도 우리와 다르지 않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죠.

'라디오스타'에서 이혜영 씨가 초대 손님으로 나온 영상이 방송된 적이 있었습니다. 부채의 아이콘인 이상민 씨와 청춘의 한 때를 함께 했던 이혜영 씨가 뜸한 활동으로 연예계를 떠났나 싶었는데, 잘 살고 있더라고요. 그 연기와 노래를 기억하는 있는 제게 이혜영 씨의 모습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반가운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나만 아는 내 마음속의 절친이랄까)

이혜영 씨의 이야기 중에 이정재 씨를 언급하면서 '서로 막연한 사이'라고 언급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틈을 놓치지 않고 김구라 씨가 '막연한'이 아니라 '막역한'이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는데, 그 모습을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막연한'과 '막역한'을 구별해 보겠습니다.

'막연(漠然))하다'는 '갈피를 잡을 수 없게 아득하거나, 뚜렷하지 못하고 어렴풋하다'를 의미합니다.

  • 막연한 상황 / 막연한 결정 / 막연한 자신감
  • 막연하게 생각하다.
  • 살아갈 길이 막연하다.
  • 앞날이 막연하다.
  • 현실이 막연하다.
  • 나는 부모님 없이 살아갈 생각을 하니 막연했다.
  • 그녀는 이 갓난아이를 혼자서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기분이 들었다.

'친하게 지내왔다'라는 뜻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막연하다'가 아닌 '막역하다'를 써야 합니다.

'움직이지 아니한다', '마음이 편안하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 사막 막(漠)과 그러할 연(然)을 쓰는 막연하다는 '사막에서 바늘 찾기'를 생각하면 됩니다. 

어디에 떨어뜨렸는지도 모를 바늘을 사막에서 찾는 것이 어떤 심정일까요? 이 지구 상의 외딴섬 어딘가에 뚝 떨어진 것처럼 아득한 곳에서 갈피를 잡지 못할 심정일 겁니다..

반면, '막역(莫逆)하다'는 없을 막(莫), 거스를 역(逆)의 한자가 쓰여 '어떤 말을 해도 거슬리지 않는 친한 사이'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마음에 불편함이 있거나 탐탁하지 않은 사이에서는 듣기 좋은 말을 해도 곧이곧대로 들리지가 않죠. 하지만 말을 하지 않아도 뜻이 통하고 마음이 맞는 사이라면 '막역한 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막역한 사이'만 옳은 표현은 아닙니다. 문맥에 따라 '막연한 사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혜영 씨가 의도하고자 했던 '허물없이 친한 사이'라면 반드시'막역한 사이'를 써야 합니다.

도움이 되셨나요? 우리말 재미있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모든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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