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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좋은말

[맞춤법신공] '인'과 '굳은살'은 배기는 것이 아니라 '박이는 거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8. 25.

우리말 길라잡이 맞춤법

'인이 박이도록' '굳은살이 박이도록'

 

 

아직도 '배기거나' '박힌다고' 표현하니?

'인'과 '굳은살'은 박이는 거야.

입추가 지났습니다. 훌쩍 자라버린 벼가 아직 고개를 숙이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무더운 여름이 한풀 꺾였다는 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마트에서 쌀을 사지 않았습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사시던 외할아버지 댁에서 햅쌀이라며 늘 몇 가마니의 쌀을 보내주셨습니다. 추수가 끝나고 쌀 수매가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탄하시면서도 늘 외할아버지는 자식들의 몫으로 두둑한 쌀 가마니를 광에 재워두셨죠. 외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농사를 힘든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여름에는 새까맣게 익어버린 피부에도 밀짚모자 하나로 무더위를 견뎌야 했고, 비가 내리는 소리에 외양간의 소들이 잠을 설치면 이른 새벽 아침밥을 마다하고 논밭으로 걸음을 재촉하셨습니다. 누구보다 부지런한 삶을 사셨던 외할아버지는 늘 변함이 없었던 부지런함에 비해 풍족함은 그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습니다. 

외할아버지의 손은 늘 굳은살이 가득했습니다. 그 굳은살만큼이나 얼굴의 주름도 가득하셨죠.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아주 오래 전, 외할아버지와 함께 논밭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소달구지에 앉아서 고삐를 감아 쥔 외할아버지께 물어봤습니다.

"할아버지, 농사 짓는 거 힘들지 않으세요?"

그러자 외할아버지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너만할 때부터 해왔던 일이라 인이 박여서 아무렇지도 않다"

그때, 전 '인이 박였다'는 말의 뜻을 몰랐지만, '오랫동안 일을 하면 힘든 일도 힘들어지지 않는구나.'라고 이해했습니다.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나서 아이들이 제게 비슷한 질문을 했습니다. 제 입에서 그때 할아버지가 하셨던 말이 나오는 순간, 그 말을 하셨던 할아버지의 심정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만나뵐 수 없는 곳에 계시지만, 문득 외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오늘은 '인이 박이다', '굳은 살이 박이다'라는 표현을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인'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알아보면 '인'은 순우리말로 '여러 번 되풀이하여 몸에 깊이 밴 버릇'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인이 박이다.
  • 그러나 술에 인이 박이다시피 된 정 송강은 술을 아니 마실 수 없었다.≪박종화, 임진왜란≫

흔히 '인'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문신'이나 '각인'과 같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어 '인이 배기다', '인이 박히다' 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이 배겨서', '인이 박혀서인지'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인'은 여러 번 되풀이해 몸에 깊이 밴 버릇을 이르는 말이고, 버릇, 생각, 태도 따위가 깊이 배다는 의미를 나타내려면 동사 '박이다'를 써야 하기 때문에 '인이 박여서'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 주말마다 등산하는 버릇이 몸에 박여 이제는 포기할 수 없다.
  • 선생티가 박인 삼촌은 언제나 훈계조로 말한다.

'박이다'는 '버릇, 생각, 태도 따위가 깊이 배다'의 뜻도 있지만 '손바닥,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기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 마디마디 못이 박인 어머니의 손.
    • 나는 큰 빗과 작은 빗, 면도칼 따위를 잽싸게 바꿔 들며 움직이는 이발사의 굳은살 박인 손을 바라보았다.≪오정희, 유년의 뜰≫

    예문과 같이 잦은 마찰로 인해 두껍고 단단할 살이 생겼을 때도 '박이다'를 써야 합니다. 그래서 '굳은살이 배긴다', '굳은살이 박힌다'가 아니라 '굳은살이 박인다'라고 써야 옳은 표현입니다. 

    '배기다'는 바닥에 닿는 몸의 부분에 단단한 것이 받치는 힘을 느끼게 되다는 뜻으로 딱딱한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있거나, 물리적인 것과 접촉을 지속하면서 느끼는 불편함을 말할 때 쓰입니다.

    • 엉덩이가 배기다.
    • 몸이 배기다.
    • 방바닥에 종일 누워 있었더니 등이 배긴다.

    '박히다'는 '박다'의 피동형으로 1.'두들겨 치이거나 틀려서 꽂히다', 2.'붙여지거나 끼워 넣어지다' 3.'속이나 가운데에 들여 넣어지다'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1. 벽에 박힌 못을 빼내다. /  창이 그의 가슴에 박혔다.

    2. 다이아몬드가 박힌 결혼반지.

    3. 옷장 속에 아무렇게나 박혀 있는 옷들을 꺼내서 세탁을 하였다.

    '인이 배긴다' '인이 박힌다' '굳은살이 배긴' '굳은살이 박힌'이 왜 잘못된 표현인지 아시겠죠?

    도움이 되셨나요? 우리말 재미있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모든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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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황당에서         무엇을 안다는 말이 지나친 과신이나 오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크라테스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이제는 안다. 많은 것들이 착각이었음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착각을 착각이라고 여기지 않았을 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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