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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좋은말

[맞춤법신공] '엔간히'는 있어도 '웬간히'는 없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8. 26.

우리말 길라잡이 맞춤법

'웬간히'하지 말고 '엔간히'해라

 

 

엔간히가 거슬린다면

어지간히로 하든지.

"웬간한 탈모는 혼자해도 얼추 3개월이면 치료가 가능하다."

"서울의 엔간한 30평대 아파트는 10억!"

인터넷 기사의 내용입니다. 치료약만 개발이 된다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그 병, 탈모. 예전에는 몰랐는데, 중년이 되고 보니 이 탈모로 마음고생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나이가 중년을 넘어가다보니 숨길 수 없는 그 본성(?)이 자연스레 표출되기도 하고, 어떻게든 풍성해보이고 싶은 순수한 욕심을  내려놓으면서 밝은(?) 인생을 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찌해볼 수 없는 큰 흐름에 역행하기보다는 순리대로 사는 것이 진리라는 것을 깨달은 분들입니다.

또, 서울의 아파트가 10억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로라하는 알짜배기 땅에서는 수십 억도 하는 것이 서울의 아파트 가격입니다. 여러 전문가들은 앞으로 서울의 집값은 더 오를 거라고 어디든 입성해야 한다고 난리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딴 세상의 얘기로 들립니다.  

두 가지의 광고 문구를 보면서 전 탈모 광고를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운세'마냥 '웬간하다'라는 잘못된 표현을 볼 때 이미 '이 광고는 믿을 수 없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웬간하다'와 '엔간하다' 중 어느 표현이 옳은 표현인지 물으면 대부분이 '웬간하다'를 선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개 그분들은 '웬만하다'를 떠올리면서 '웬간하다'를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선택이 옳은 선택은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은 '웬간하다'와 '엔간하다'를 구별하는 내용으로 준비했습니다. 

'엔간하다'가 왜 옳은 표현인지 알기 위해서는 '어느 사이인지도 모르는 동안에'를 뜻하는 '어언간(於焉間)'이라는 한자어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於'는 '어조사 어'라고 읽는데, '어조사'란 실질적인 뜻이 없이 다른 글자를 보조해 주는 한자를 말합니다. '焉'은 '어찌 언'이라 읽고, '間'은 '사이 간'이라고 읽을 수 있으니 이 한자들이 결합된 '어언간'이라는 표현은 '어찌어찌하는 사이에'라는 뜻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흘러가 버린 세월'을 일러 '어언간(於焉間)'이라고 합니다.

 이 '어언간(於焉間)'이라는 단어는 '어연간'으로도 표현되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연간'은 그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정도가 기준에 꽤 가깝게' '대중으로 보아 표준에 가깝다'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예) 형편이 엔간하면 나도 돕고 싶네만 나도 워낙 쪼들려서 그럴 수 없네.

     그 녀석 엔간해서는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엔간한 일이면 내가 자네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네. 그 풍신 그 붓 재주에, 사주만 엔간하게 타고났더라도 양반 댁 식객(食客) 되어 선비 시늉으로 행세하지….≪이문구, 오자룡≫

'어연간'이라는 표현에서 '어연간+하다'라는 형용사와 '어연간+히'라는 부사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어연]이 [엔]으로 줄어들어 오늘 공부하고 있는 [엔간히]가 나타난 것이죠.

결국 '엔간하다'는 '대중으로 보아 표준에 가깝다'라는 의미를 가진 '어연간하다'의 준말입니다. 이것이 '엔간히'는 있지만, '웬간히'는 없는 이유입니다.

도움이 되셨나요? 우리말 재미있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모든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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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모나리자보다 놀라운 예술이 바로 내 위에 있다는 것을 잊고 살 때가 많다. 심지어 그것을 감상하는 비용이 무료라는 더 놀라운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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