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 86편 (‘하릴없이’ vs ‘할 일 없이’ )
한글 맞춤법 86편 ‘하릴없이’ vs ‘할 일 없이’
04년생: 하릴없이 바쁘기만 하다.
어느 신문에서 제공하는 오늘의 운세입니다.
제가 04년생은 아닌데, ‘하릴없이 바쁘다’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와 가져와 봤습니다.
‘하릴없이’ 바쁜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문맥으로 봤을 때 ‘하는 일이 없이 바쁘다’라고 쓴 것이 아닐까 싶은데, 그 상황을 말하고 싶었다면 ‘하릴없이’를 쓰지 말았어야 합니다.
‘하릴없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①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예) 그러면 숫제 알거지가 되어 여덟 식구가 하릴없이 쪽박을 찰 수밖에 없었다.≪송기숙, 녹두 장군≫
② 조금도 틀림이 없다.
예) 몸뚱이는 네댓 살박이만큼도 발육이 안 되고 그렇게 가냘픈 몸 위에 가서 깜짝 놀라게 큰 머리가 올라앉은 게 하릴없이 콩나물 형국입니다.≪채만식, 태평천하≫
의 뜻을 가진 형용사로 풀이됩니다.
‘할 일이 없다’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단어이지만, 그 발음이 비슷해서인지 ‘하릴없이’가 ‘할 일 없이’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에서 본 오늘의 운세도 ‘해야 하는 일 없이’ 또는 ‘하고자 하는 일 없이’ 바쁜 상황을 뜻하는 것이었다면 ‘하릴없이 바쁘다’는 잘못된 문장입니다.
‘할 일 없이 바쁘다’라고 문장을 바꿔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표현입니다.
글자 그대로 일이 없어서 한가하면 바쁠 일이 없기도 하니, ‘할 일 없이 마음만 바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립니다.
맞으면 좋고, 틀리면 어쩔 수 없는 ‘오늘의 운세’라 그런지 모호합니다.
73년생 : 길게 끌면 좋지 않다.(길게 끌어서 좋은 것은 몇 없습니다.)
60년생 : 철저한 계획하에 일을 진행하라.(암요.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50년생 : 새 일을 벌이지 마라.(그럴 기력이 있으실 나이가 아닙니다.)
47년생 : 인간관계에 신경 쓰자.(주변에 신경 쓸 사람이 많이 남지도 않은 나이죠.)
‘하릴없이 바쁘다’만 유심히 봤는데, 다른 문장도 이렇게 적어보니 ‘역시 운세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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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0 - [한글 사랑/맞춤법신공] - [맞춤법신공 85] ‘염두해 두다’ vs ‘염두에 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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