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길라잡이 맞춤법
시간이 휙휙 지나가는 것이 주마등
주마등(走馬燈)의 '등'은 연등을 의미
'주마간산(走馬看山)'과 혼동하면 안돼.
살면서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면 지난 인생의 순간들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지나간다는 이야기를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가까스로 피안의 언덕을 되돌아 오신 분들이 하나같이 증언하는 그 공통적인 발언을 전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그 일을 겪고보니 믿지 못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세 번째 질풍노도의 시기를 만나 영혼의 닭고기 수프를 갈구할 때 어느 순간 제가 살아 온 기억들이 1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눈 앞을 획하니 지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방황 아닌 방황을 하던 시기인지라 기가 허해져서 그런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으나 착각이든 아니면, 돈오라고 말하는 순간의 깨달음이든 그 시점 이후로 제 인생의 가치관은 변했습니다.
오늘 우연히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아내와의 결혼을 어떻게 결심하게 되었나'라는 질문에 어느 연예인이 "어느 순간 이 사람과 함께 하고 있는 미래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고 대답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몇 주째 이월된 로또번호를 보았다면 더 좋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조금은 안타깝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오늘은 그 연예인의 발언을 떠올리며 '주마등(走馬燈)' 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사물이 덧없이 빨리 흐르는 것을 비유하는 단어, 주마등은 두 겹으로 된 틀의 안쪽에 갖가지 그림을 붙여 놓고 등을 켠 후 틀을 돌려 그림이 바깥쪽에 비치게 만든 등을 말합니다.
본래 중국에서는 고대부터 정월 보름날에 각양각색의 등을 다는 풍습이 있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마등이었습니다. 등(燈) 위에 둥근 원반을 올려놓고 원반의 가장자리를 따라 말이 달리는 그림을 붙인 후, 밑에서 촛불을 밝히면 등 내부의 공기가 대류현상을 일으켜 원반을 돌게 하는데, 원반이 돌면 마치 말이 질주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주마등’이라고 불렀습니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주마등’은 세월의 빠름이나 어떤 사물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주마등'과 헷갈리지 말아야 할 사자성어에 '주마간산(走馬看山)'이란 말이 있습니다. '주마간산'은 말을 타고 달리면서 산을 본다는 뜻으로 사물을 자세히 보지 못하고 겉만 대강 보고 지나 간다는 의미인데, 간혹 '주마등'과 '주마간산을 헷갈려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마등'과 '주마간산'은 엄연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마등(走馬燈)'이 사물이 몹시 빨리 변하여 돌아가는 것이나 세월이 휙휙 지나가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주마간산(走馬看山)'은 자세히 보지 못하고 겉만 대강 보고 지나간다는 의미임을 꼭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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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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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통행|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에도 규정이 있습니다. 지키는 이가 없어 그것을 단속 하기 위함인지, 어기는 이가 없게끔 강조 하기 위함인지 가끔은 궁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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