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길라잡이 맞춤법
'이해'와 '양해'는 드리지 말고 구해야지.
사정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난데,
왜 당신이 마음대로 준다고 해?
어느 날 오전, 아파트 관리실에서 안내방송을 했습니다. 내용은 아파트 공용공간의 정비가 있으니 주민들께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종종 기차를 탈 때도 들었던 말입니다. 선로에 문제가 생겨 연착이 됐을 때 승무원이 "사죄와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말을 쓰고는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듣게 되는 문장이라 문제가 있다고 여기지 않았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조금 이상하더라고요. 전 조금 어려운 말들은 다른 단어로 바꾸어서 쓰는 습관이 있는데, '양해'의 경우도 '이해'라는 단어로 바꾸어 보니,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는 문장이 마치 '내가 이해를 해 주겠다'는 어감이었습니다.
'양해(諒解)'는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임'의 의미를 가진 명사입니다.
예) 사전 양해 / 양해 사항 / 양해가 되다 / 양해가 있다 / 양해를 구하다 / 시민들의 양해가 있어서 길을 막고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 / 학생들의 양해를 받아 학기 중에 도서관 공사를 하기로 했다.
'양해' 와 비슷한 말로 '이해'가 있습니다. 이해(理解) 역시 '남의 형편을 알고 받아들임'의 의미가 있는데, '양해'라는 말이 입에 익지 않을 때 '이해'로 바꾸어도 문제가 없습니다.
예) 너그러운 이해 / 이해를 구하다 / 이해를 부탁하다 / 이해를 요구하다 / 이해를 해 주다
김 씨는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이해를 원했다.
지금은 내가 사정이 좋지 않아서 그러니 이 일에 대해 이해를 부탁한다.
예의 바르고 공손한 표현처럼 느껴지지만 "양해의 말씀 드립니다”라는 표현은 요청이 아니라 통보입니다.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임’의 대상은 그 말을 듣는 상대방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내 사정을 좀 봐달라, 내 형편을 좀 이해해 달라'는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양해를 구하다’ ‘양해를 바라다’ ‘양해를 얻다’ 등처럼 사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양해’를 비슷한 의미인 ‘이해(理解)’로 바꾸어 써도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양해'를 '이해'로 바꾸어 썼을 때 무엇이 잘못 된 것인지 더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이해를 바랍니다’ 또는 ‘이해를 구합니다’는 자연스럽지만 ‘이해의 말씀을 드립니다'는 어색합니다. ‘이해해 주십시오’나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를 쓰는 것처럼 '양해'도 ‘양해해 주십시오’나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처럼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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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이런 건물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파주 출판단지에는 예쁜 건물이 많습니다. 그곳을 걷다가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듯한 계단을 보았습니다. 콘크리트 벽면으로 이어진 철제 계단을 보며 사람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사물과 세상이 놀랍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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