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길라잡이 맞춤법
'뿐'만 아니라? 아니, '그뿐'만 아니라~
뜻을 알겠는데, 형식은 갖춰야지.
'뿐', 자네는 조사일세. 뒤로 가게.
글은 문장의 연속입니다. 문장과 문장이 결국은 하나의 글을 이루게 되는데, 문장과 문장 사이에 어떤 접속어를 쓰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저도 이 접속어를 쓸 때 고민이 많습니다. 영어를 잘 하시는 분들은 실생활에서 쓰는 표현이 많지 않다고 하는데, 제 한국어 습관도 다양한 표현을 알고 쓰는 편이 아니라 도돌이표처럼 알고 있는 몇 가지 접속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경우가 잦습니다.
그 몇 안되는 접속어 중에서는 한동안 잘못 쓰고 있었던 '뿐'과 관련된 접속어가 있습니다.
‘뿐’은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붙어) ‘그것만이고 더는 없음’ 또는 ‘오직 그렇게 하거나 그러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보조사입니다.
① 추위와 바람 소리뿐 어디에도 불빛 하나 없었다. (보조사)
보조사 '뿐'은 예문 ①과 같이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쓰여 한정의 의미를 나타내며 조사이므로 앞말과 붙여 써야 합니다.
②“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했다. 뿐만 아니라 아직 낫지 않은 발목이 시큰거려 걷기가 쉽지 않았다.”
위의 문장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습니다. 저도 어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표현이었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알기 시작하니 보이는 것이 생기고, 그러다 보니 부끄러운 일이 많아집니다.
위 문장에서 ‘뿐만 아니라’를 ‘그뿐만 아니라’라고 고쳐 써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의 '뿐만'은 보조사 '뿐'에 다시 보조사 '만'이 붙은 것입니다.
또한 보조사 '뿐'은 문장의 첫머리에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뿐만 아니라'를 문장 첫머리에 사용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위의 문장에서 '뿐' 앞에 앞 문장을 받는 대명사 '그'를 넣어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직 낫지 않은 발목이 시큰거려 걷기가 쉽지 않았다.”
라고 써야 합니다.
'뿐'을 앞말과 띄어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 그 사람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이 없었다.(의존 명사)
예) 그는 음정도 부정확할 뿐만 아니라 박자도 못 맞추는 음치이다.(의존 명사)
‘뿐’이 의존명사로 쓰일 때는 (어미 ‘-을’ 뒤에 쓰여) 다만 어떠하거나 어찌할 따름이라는 뜻을 나타내거나, (‘-다 뿐이지’ 구성으로 쓰여) 오직 그렇게 하거나 그러하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와 같은 경우는 용언이나 서술격 조사 '~이다/~하다'의 관형형 뒤에 쓰여 의존 명사로 쓰이는 경우라 앞 말과 띄어 써야 합니다.
문법적인 내용 때문에 복잡해지기는 했는데, 오늘 내용의 핵심은 2가지입니다.
1. ‘뿐’은 문장의 첫머리에 나올 수 없다.
2. '뿐'은 앞말과 붙여 쓰거나 띄어 써야 하는데, 붙여 쓰는 경우는 앞말이 체언인 경우, 띄어 쓰는 경우는 '~이다/~하다'의 관형형 뒤에 쓰여 의존 명사로 쓰이는 경우. 이때는 띄어 써야 한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오늘도 도움이 되셨나요? 우리말 재미있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모든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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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 정해진 길| 영화 '기생충'에 '무계획이 계획'이라는 대사가 있습니다. 계획대로 차근차근 올라서도 결국 장대비에 쓸려 내려올 수 밖에 없었던 영화 속 그 장면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했던 개인의 삶이 어쩌면 어느 순간부터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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