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 38편 (‘통째’ vs ‘통채’)
중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한창이었을 때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이렇게 주문한 분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여기부터 여기까지 통째로 다 주세요.” 그 통 큰 씀씀이에 일하시던 분이 깜짝 놀랐다는 기사 내용이 떠오릅니다. 전 구매하신 그 분은 뭘 하는 분일까 궁금합니다. 조금 부럽기도 하고요. “여기부터 여기까지 통째로 다 주세요.”라고 말하는 그 순간의 기분은 어떨까? “여기부터 여기까지 통째로 다 자네가 하게.”라는 말을 듣는 기분과는 다르겠죠? ^^
오늘은 ‘통째’와 ‘통채’를 알아보겠습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친구에게 ‘통째로 주세요.’를 써보라고 했더니, 역시 제 친구답게 ‘통채로 주세요’라고 당당하게 쓰더라고요. 그리고 제 얼굴을 보며 “맞지?”라고 하더군요. 고등학교 은사님 중 한 분이 화가 나시면 이런 표현을 쓰셨는데, 갑자기 그 표현이 생각나더라고요.
“이런 똥물에 튀겨도 시원찮을 놈!”
‘물에 튀긴다?’ 기름에 튀긴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물에 튀긴다는 비논리적인 문장이 인상이 깊었는지 아직도 생생합니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속된 말처럼 이 세상에는 비논리성이 논리성을 압도하는 여러 사례가 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 친구에게 감사하며 본 내용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통째’와 ‘통채’의 구분은 너무 쉽습니다. ‘째’와 ‘채’의 의미만 알면 되거든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째’는 ‘그대로’, 또는 ‘전부’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예) 그릇째, 뿌리째, 껍질째, 밭째, 통째
반면에, ‘채’는 ‘구분된 건물 단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예) 문간채, 바깥채, 사랑채, 안채, 행랑채
그래서 사전에 ‘통채’를 검색하시면 ‘통째’로 잘못된 표현이라고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어때요? 정확한 의미를 알면 무엇이 맞는 표현인지 알 수 있죠?
제 친구와 같은 처지가 되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오늘은 ‘통째’에 대해 전했습니다.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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