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길라잡이 맞춤법
집 떠나 온 호도의 개명기(改名記)
호도는 어떻게 호두가 되었나?
양성 모음보다는 음성 모음이 우선한다는 표준어 규정 때문
세련된 맛은 없는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광고가 있습니다. 즐겨보는 뉴스채널에 종종 나오곤 하는 00 호두과자입니다. 답례품으로 호두과자를 선물한다는 것이 광고의 주된 내용인데, 지방마다 결혼 풍습이 달라서인지 결혼식에서 답례품을 준다는 것이 조금 낯설기도 했고 워낙 광고가 촌스러운 매력이 있어서 볼 때마다 웃음이 나옵니다.
지금이야 호두를 '호도'라고 부르는 분들은 많지 않지만, 제가 어린 시절에는 '호두과자'가 아닌 '호도과자'라고 불렀습니다. 아직도 업체의 상호명에도 '호두'가 아닌 '호도'가 쓰여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15세기 문헌에 처음 나타나기 시작한 한자어 '호도(胡桃)'는 20세기에 들어서 모음 'ㅗ'를 'ㅜ'로 발음하는 영향(한자어라는 인식이 희박해지면 'ㅗ' 모음이 'ㅜ' 모음으로 발음되는 현상이 있습니다)으로 '호도'와 '호두'가 함께 쓰이다가 현재는 '호두'만 표준어로 삼고 있습니다. 이는 어원이 한자어지만 양성 모음이 음성 모음으로 바뀌어 굳어진 단어는 음성 모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표준어 규정 때문입니다.
‘앵도(櫻桃)’가 ‘앵두’로, ‘자도(紫桃)’가 ‘자두’로, ‘장고(杖鼓)’가 ‘장구’로, ‘주초(柱礎)’가 ‘주추(주춧돌)’로 바뀐 이유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이외에도 어원이 한자어지만 어원으로부터 멀어진 형태가 표준어가 된 말에는 ‘지루하다 ← 지리(支離)하다’, ‘주책 ← 주착(主着)’, ‘맹세 ← 맹서(盟誓)’, ‘서낭당 ← 성황당(城隍堂)’, ‘사글세 ← 삭월세(朔月貰), ‘강낭콩 ← 강남(江南)콩’ 등이 있습니다.
호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고려 말 충렬왕 12년에 영밀공 유청신(柳淸臣)이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묘목과 종자를 가지고 와 그의 고향인 천안시 광덕면에 심은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호-’가 붙은 말은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라는 뜻을 가지는데, '호두' 역시 중국에서 가져왔고, 그 모양이 복숭아와 닮아 '호도(胡桃)'라고 했답니다. (호떡(胡-), 호밀(胡-), 호주 머니(胡---), 후추[<호추(胡椒)] 등도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라 '호-'가 붙었습니다. 참고로 ‘당’이 붙은 말은 중국의 당나라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뜻을 가지는데 ‘당나귀(唐--), 당면(唐麵)의 예가 있습니다)
껍데기를 벗긴 호두의 속살을 잘게 쪼개거나 갈아서 밀가루와 섞은 다음 호두알 모양으로 둥글게 구워 만든 방울떡을 이르는 말이 '호두과자'입니다. 본래 그 어원에 따르면 '호도', '호도과자'가 옳은 표현이겠으나, 표준어 규정에 따라서 지금은 '호도'가 아닌 '호두'가 표준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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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우리나라의 건축물을 보면 '우공이산'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이 납니다.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대단해 보이지 않는 것들도 그 반복된 통일성과 균형미를 알고 나면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하루하루는 대단하지 않은데, 그 매일이 사람의 인생을 만드는 것과 같이 축적된 힘은 놀라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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