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길라잡이 맞춤법
'히히덕'이 아닌 '시시덕'으로
'히히덕'이 익숙하지만 이젠 '시시덕'
누가 '시시덕'거리는가?
영화를 보러 가면 불편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조용히 영화에 집중하고 싶은데, 옆에서 큰 소리로 대화하는 사람들.
시시덕거리는 그분들 때문에 제대로 듣지 못한 영화 대사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뒤늦게 이해한 적도 있습니다.
오늘은 시시덕거리던 그분들을 생각하며 '시시덕거리다'와 '히히덕거리다'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웃을 때 쓰는 의성어로 ‘히히히’가 있습니다. 그래서 ‘시시덕거리다’와 ‘히히덕거리다’의 중간에서 어떤 것이 맞는지 고민할 때 자주 활용하던 의성어를 생각해 ‘히히덕거리다’가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표현이 맞는지를 말씀드리기 전에 의성어와 의태어의 특성을 알면 비슷한 상황에서 옳은 표현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조금 부연설명을 하려고 합니다.
형태의 반복을 특징으로 하는 의성어와 의태어의 주된 기능은 개념적인 의미를 전달학기보다는 감정적이고 수사적인 장면을 유희적으로 표현하는 데 있습니다.
이 말을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의성어와 의태어는 어떤 뜻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어떤 특정 동작이나 소리를 연상하게 하는 것이 주된 기능이라는 얘기입니다.
‘시시덕거리다’와 ‘히히덕거리다’를 위에 설명드린 의성어와 의태어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겠습니다.
두 단어는 모두 어떤 소리를 흉내 낸 것이라기보다는 2인 이상의 사람사이에서 볼 수 있는 모양이나 행동을 연상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의태어는 아닙니다.
두 단어에서 어근으로 짐작되는 ‘시시덕’과 ‘히히덕’을 살펴보면 ‘히’와 ‘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기는 하지만 ‘시시덕’과 ‘히히덕’에서 연상되는 특정한 행위가 모호합니다.
또한, 의성어와 의태어가 대개 2인 이상 어떤 특정 동작이나 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적어도 제 기억에서 그 같은 경우를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시시덕거리다’나 ‘히히덕거리다’는 2인 이상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연상케 하죠. 그래서 의태어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규범표기로 등재되어 있는 '시시덕거리다'는 '실없이 웃으면서 조금 큰 소리로 계속 이야기하다'를 의미하는 동사로 나타납니다. 이는 소리를 흉내 내거나 모양을 묘사한 것이 아닌 '이야기하는 행위'라는 개념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말로 ‘시시거리다’를 보면 ‘시시덕거리다’와 마찬가지의 동사로 ‘실없이 웃으며 가볍게 자꾸 지껄이다' 는 뜻을 풀이하고 있습니다. ’실없이 웃다‘와 '가볍게 지껄인다' 는 의미를 전달하는 동사인 것이죠.
반면, ’히히덕거리다‘는 ’히히‘라는 의성어와 '덕+거리다'가 그럴싸하게 결합되어 의미를 가진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표현이기 때문에 ’히히덕거리다‘가 옳은 표현이 될 수 없습니다. '시시덕거리다'와 의미는 같지 않지만 '히히대다', '히히거리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마음에 흐뭇하여 싱겁게 자꾸 웃거나, 쑥스러워서 장난스럽게 자꾸 웃는다'는 뜻을 가진 단어로 '큰 소리로 계속 이야기한다'는 '시시덕거리다'와는 그 의미의 차이를 구별해서 써야 합니다.
예) 사람들이 히히대다. /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서로 히히대며 즐겁게 놀았다 / 히히대며 웃다 / 괜히 히히대다.
1. 의성어와 의태어는 어떤 뜻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어떤 특정 동작이나 소리를 연상하게 하는 것이 주된 기능이다. = 어떤 개념적인 뜻을 가지고 있으면 의성어와 의태어가 아니다.
2. 의성어와 의태어가 대개 2인 이상 어떤 특정 동작이나 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3. ‘시시덕거리다’는 '실없이 웃으면서 조금 큰 소리로 계속 이야기하다'를 개념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동사이다.
4. ‘히히덕거리다’는 ‘히히’라는 의성어가 결합되어 특정한 행위를 나타내는 개념적 의미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히히대대'와 '히히거리다'라는 단어가 있지만 '시시덕거리다'의 의미와는 구별해야 한다.
도움이 되셨나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모든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참고했습니다.
각 포털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flipboard에서 '행복사냥이'를 검색하시면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생명의 나무| 중남미문화원에 다녀왔습니다. 남미 특유의 색채와 나무의 상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 있어서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나무의 의미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생명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말 좋은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맞춤법신공] 비오는 날은 아귀찜(?) 아구찜(?)이 먹고싶다. (20) | 2019.07.11 |
---|---|
[맞춤법신공] 몹쓸사람이 못쓸 짓을 했을까? 못쓸사람이 몹쓸 짓을 할까? (24) | 2019.07.10 |
[맞춤법신공] '덩쿨'은 '덩굴'과 '넝쿨'의 잘못된 만남 (36) | 2019.07.08 |
[맞춤법신공] 어쭙잖다와 어줍잖다 차이 (14) | 2019.07.06 |
[맞춤법신공] 불과 관련된 우리말 (21) | 2019.07.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