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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좋은말

[맞춤법신공] 나도 '명징하게 직조'하고 싶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7. 14.

우리말 길라잡이 맞춤법

'명징'과 '직조'를 아시는가?

 

논란이 된 영화 기생충의 한줄평

일부러 어려운 말을 쓴 건 아닐거야.

최근에 기사 한 편을 읽었는데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즉 문해력(文解力·literacy)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영화 '기생충'에 대해서 이동진 평론가가 한줄평을 게재했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 우화"

이 평론가의 한줄평은 누리꾼들에게 "일반인들이 알기 힘든 단어가 연속으로 쓰였다", "있어 보이려고 너무 허세를 부렸다"며 논란이 됐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동진 평론가가 일부러 어려운 말을 쓰려고 한 것은 아닐 거라 봅니다. 이 논란의 원인은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주된 단어가 변화하면서 서로의 소통이 어려워진 탓이겠죠. 전 명징과 직조라는 말을 많이 쓰지는 않지만,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그래서 그다지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명징하다'는 두 가지 단어가 있습니다. 서로 사용되는 한자어에 따라 그 의미가 다릅니다. 

'명징(明徵)하다'는 사실이나 증거로 분명히 한다는 의미의 동사이며, '명징(明澄)하다'는 깨끗하고 맑다는 의미의 형용사입니다. 

'직조(織造)하다'가 '기계나 베틀 따위로 천을 짜다'라는 의미의 동사이기 때문에 이동진 평론가가 '명확하게 짜임새를 잘 만들어 냈다'라는 의미의 문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명징'은 '명징(明澄)'이 아니라 '명징(明徵)'이 쓰였을 겁니다.

이렇게 보면 생각보다 어려운 표현은 아니죠? 어떤 분은 '명징하게 직조해낸'이라는 표현에서 어떻게 동사가 중첩이 될 수 있느냐며 이것이 과연 옳은 표현이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결론적으로 이러한 표현이 문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는 없습니다. 용언의 부사형이 문장에서 수식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직조하다'라는 표현도 사전적 정의에 한정된 표현이라기보다는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 확장된 표현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표현입니다. 사전적 정의만 사용이 가능한 세상이라면 얼마나 삭막하겠습니까.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 깊었던 영화 '기생충'에 대한 논란이기도 하고, 관심 있는 문해력에 관한 논란이기도 해서 이동진 평론가의 한줄평에 대한 내용으로 오늘은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짧고 함축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그 쉽지 않은 일을 손쉽게 해내고 거기에 더해 파급력까지 보여주는 이동진 평론가가 조금은 부럽습니다.^^

도움이 되셨나요? 우리말 재미있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모든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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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서        지나가는 자동차 불빛을 조명 삼아 길가에 핀 꽃을 찍었습니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노래가 생각나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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