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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좋은말

[맞춤법신공] '풀섶'은 '풀숲'의 방언, 그럼 '불섶'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9. 1.

우리말 길라잡이 맞춤법

'풀섶'이라고 많이 쓰던데

 

 

풀섶이 아닌 풀숲이라고?

그럼 '길섶'은 뭐고, '불섶'은 뭐야?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빈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던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시인의 <향수>입니다. 익숙하시죠? 이 시는 1989년 가수 이동원 씨와 테너 박인수 씨가 노래로 불러 더욱 유명해진 작품입니다. 이 시가 너무 마음에 들어 노래로 부르고 싶었던 이동원 씨가 당시 최고의 작곡가로 알려진 김희갑 선생을 찾아가 끈질기게 간청한 끝에 "운율이 맞지 않아 곡을 붙일 수 없다"라며 거절하던 그를 설득했다고 하죠. 또 테너 박인수 씨는 가사가 마음에 들어 불쑥 이동원 씨에게 전화를 걸어 같이 부를 수 없느냐고 제안을 했고 이렇게 <향수>가 노래로 불려지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노래를 부른 박인수 씨가 대중가요를 불러 클래식 음악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국립오페라단에서 제명을 당한 일은 굉장히 유명한 일화였죠.

정지용 시인은 1902년 충북 옥천군에서 태어났습니다. 1911년 대홍수로 집이 떠내려갔고 한의사였던 아버지의 한약재와 한약 도구가 이때 같이 떠내려가 가세가 기울어 어렵게 지냈다고 합니다. 시 속에서 나타난 가난하지만 평화로운 고향의 모습이 이런 유년시절의 경험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 알아볼 내용은 '풀섶'과 '풀숲'입니다. 저도 이 노래를 많이 부르고 다녔는데, '풀섶'이라는 표현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궁금했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풀섶'은 '풀숲'의 방언(경기, 경남, 함남)이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풀숲'은 그 표현 그대로 '풀이 무성하게 자란 곳'을 말합니다.

  • 풀숲 사이 / 풀숲 속 / 풀숲을 헤치다 / 풀숲에 들어가다 / 풀숲에 숨다
  • 뱀은 풀숲에 숨어 생쥐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갑자기 호랑이가 풀숲에서 뛰어나오자 사슴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풀섶'과 연관해 '풀이 나 있는 길의 양옆'을 '길섶'이라고 합니다. '풀섶'이 방언이라고 풀이되는 것과 달리 '길섶'은 규범 표기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 길섶에 내려놓다 / 길섶에 놓이다 / 길섶으로 비켜서다.
  • 비탈진 좌우 길섶의 잡풀과 억새 줄기가 여름내 사람의 키만큼 훌쩍 자랐다.

흔히 쓰는 표현 중 '불섶'을 지고 뛰어든다'는 말이 있는데, '불섶'은 사전에 풀이되지 않는 단어입니다. 다만, '섶'이라는 단어가 '잎나무, 풋나무, 물거리 따위의 땔나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고, 앞뒤 가리지 못하고 미련하게 행동하는 것을 비아냥거릴 때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려 한다'는 속담을 쓰는 것으로 보아 '불이 붙은 섶(땔나무)'의 의미로 '불섶'을 이해하시면 됩니다. 

'불섶'과 관련된 재미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부엌'이라는 단어가 '불(火)'과 '섶(薪 : 섶나무 신)'의 합성어라는 것입니다.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든다'는 속담의 '섶'은 한자로 '薪'으로 표기됩니다.  '薪'은 원수를 갚기 위해 ‘섶에 누워 쓸개 맛을 본다’는 뜻의 ‘와신상담(臥薪嘗膽)’에 나오는 ‘신’ 자로 땔감을 말하는데, 부엌은 땔감인 섶을 쌓아 두고 불을 때던 곳으로, 불섶 > 부섭 > 부엎 -> 부엌으로 변했습니다.

도움이 되셨나요? 우리말 재미있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모든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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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달리는 차안에서 책을 읽던 아이가 속이 울렁거렸는지 배가 아프다고 했다. 차안에서 책을 읽으면 멀미가 날거라고 타박하던 아내는 아이의 말을 듣고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둘의 투닥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마음이 아팠다. 그러다가 피식 웃음이 났다. 누구나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프면서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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