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 52편 (‘삼가하다’ vs ‘삼가다’ )
‘실내에서는 흡연을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문장에서 이상한 부분을 눈치 채신 분이라면 이 글을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
어법상 틀리다는 것도 알고, 바른 말도 알고 있지만 왠지 눈치가 보여 잘 쓰지 않는 말.
제게는 ‘삼가다’라는 표현이 그렇습니다.
지나친 간섭은 삼가 주세요.(내 인생 대신 살아줄 용기가 없으시다면요.)
제 옆에 있을 때는 흡연을 삼가 주세요. (전 오래 살고 싶거든요.)
글로는 쓸 수 있겠는데, 자연스럽게 입말로 표현하고자 하면 올바른 표현이라고 해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고 불편합니다. ㅜㅜ
‘삼가다’는
① 말이나 행동을 조심해서 하다 ② 어떤 것을 피하거나 양이나 횟수를 적게 하다
의 뜻을 가진 동사입니다.
이 글의 첫 문장처럼 ‘~을 피하거나 하지 말라’는 의미의 표현을 쓸 때는 동사 ‘삼가다’의 활용형‘삼가-’를 써야 하지만, 명사나 일부 부사 뒤에 접미사 ‘하다’를 붙여 동사를 만드는 경우처럼 이미 동사인 ‘삼가다’에 다시 ‘-하다’를 붙여 ‘삼가하-’의 활용형을 쓰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삼가해 주십시오’ 라고 쓰인 표지판이나 플래카드가 제 주변에서 사라지지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구를 보신 많은 분들이 ‘설마 공공기관에서 잘못된 표현을 쓰지는 않겠지’생각하며 ‘삼가하다’를 확대 재생산(?)하고, 전 감히 ‘그건 틀린 말이야’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해 이렇게 ‘삼가하다’와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을 통해서 ‘삼가하다’를 몰아내고 ‘삼가다’가 제대로 자리 잡는 그 날을 기다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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