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 50편 ( ‘칠흑’ vs ‘칠흙’ / ‘야밤도주’ vs ‘야반도주’)
어느덧 맞춤법 시리즈를 포스팅한지 50회가 되었네요.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친 맞춤법을 찾기위해 시작했는데, 지금은 한글의 위대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제는 초등학교라고 부르는 제 ‘국민학교’시절에는 찰흙을 가지고 만들기 수업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칠흑’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었을 때 ‘찰흙’을 떠올리며 ‘칠흙’이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흙’이 가지고 있는 어두운 이미지에 더해서 그 표현이 옳은 표현인 줄 알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칠흙’이 아니라 ‘칠흑’이라는 사실을 알고 어찌나 부끄럽던지... 섣부른 지식을 가지고 아는 체 했던 그 때가 생각나면, 가끔씩 자다가도 이불을 발로 차곤 합니다.
“칠흑 같은 야음을 틈타 도주를 시도했다.”
여기서 ‘칠흑(漆黑)’이란 옻칠처럼 검고 광택이 있음. 또는 그런 빛깔을 뜻합니다.
말 그대로 옻(漆)나무의 진(소나무 진을 송진이라고 하죠)에 착색제나 건조제를 넣어서 만든 도료를 바른 것처럼 ‘검다’라는 것이죠. 이만하면 ‘칠흑’이 ‘칠흙’이어선 안된다는 것을 다 아셨을 테니, 한 가지를 더 알아보겠습니다.
‘칠흑 같은 야음을 틈타 도주하는 것’을 ‘야밤도주’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야반도주’라고해야 할까요?
‘야밤’이 밤이라는 뜻의 야(夜)라는 한자어와 우리말 ‘밤’이 합쳐진 것이니까 ‘야반’보다는 ‘야밤’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야밤(夜밤)’은 같은 뜻의 한자어와 우리말이 중복으로 쓰여 어법상 맞지는 않지만 이미 그 형태가 굳어져 ‘깊은 밤’이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야반(夜半)’은 그 한자어의 뜻 그대로 ‘밤의 반’, ‘밤의 중간’, ‘밤중’을 의미합니다. 도주를 하는 경우 초저녁(初夜)에 움직이게 되면 당연히 남들이 알아채겠죠. 그래서 ‘밤중’에 도주를 한다는 의미로 ‘야반도주’가 맞는 표현입니다. 다른 표현으로는 ‘야간도주’를 써도 무방합니다만 ‘야밤도주’는 아닙니다.
10년, 20년 후에 많은 사람들이 ‘야밤도주’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면 사정은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야반도주’를 쓰는 것으로 합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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