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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좋은말

[맞춤법신공] 경위(涇渭)와 경위(經緯), 어떤 경우에 써야 하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9. 5.

우리말 길라잡이 맞춤법

많이 쓰는 표현인데도, 쉽지 않다.

 

 

경위(涇渭)와 경위(經緯), 그리고 경우(境遇)

어떤 경우(境遇)에 경위(涇渭)와 경위(經緯)를 써야 할까?

지금은 수사기관에 의해 검거가 됐지만, 한때 김미영(?) 팀장이 보내는 스팸문자에 치를 떨었던 적이 있습니다. 대출안내 문자였는데 시도때도 없이 오는 전화와 문자에 도대체 이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습니다. 알고보니 예상과는 다르게 대부업체에서 일하는 30대의 남성이었죠.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신상정보에 대한 접근이 엄격해지기 이전이라 어떻게 알았는지 김미영 팀장뿐만 아니라 카드회사나 금융기관에서도 "000고객님 맞으시죠?"라고 물으며 시작하는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잠시만 들어보라며 상대방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는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있다면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려 했지만, 예의와 배려없는 대화에 지쳐 도대체 내 개인정보는 어떻게 알게 된 거냐고 따져 물었던 적도 여러 차례였습니다. 

OECD가입을 자축하며 우리도 이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고 환호하더니 이런 모습이 과연 선진국의 모습이냐고 김미영 팀장의 연락을 받았던 친구들과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성토하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요즘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사건의 보도기사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생활기록부를 누가 조회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경위 파악에 나섰다.

오늘은 이 문장에 표현되어 있는 '경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난 과정'을 뜻하는 '경위(經緯)'는 원래 실의 날줄과 씨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삼베나 목화 등을 원료로 옷감을 짤 때 베틀에 세로줄인 날줄을 고정시킨 후 북으로 씨줄을 던지는데, 이때 세로줄인 날줄이 '경'이며 고정된 줄이어서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변하지 않는 진리를 담은 책을 '경전'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반면 가로줄인 씨줄은 '위'라고 하는데, 씨줄은 실을 감은 북을 좌우로 움직입니다. 이 세로줄인 날줄과 가로줄인 씨줄이 얽혀 옷감이 완성되듯 여러 상황들이 얽혀 하나의 결과를 도출하기 때문에 일의 전개 과정을 '경위'라고 부릅니다.

  • 사고 경위  / 사건의 경위 / 경위를 밝히다 / 경위를 설명하다 / 경위를 조사하다.
  • 그는 이 시위에 참가하게 된 경위를 경찰에게 설명했다.

흔히 쓰는 또 다른 경위도 있습니다. '사리의 옳고 그름이나 시비에 대한 분별'을 뜻하는 '경위(涇渭)'는 중국 황하의 지류인 경수(涇水)와 위수(渭水)의 앞글자를 딴 말입니다. 두 강은 섬서성의 서안 부근에서 만나 합쳐지는데 합쳐진 뒤에도 맑은 물과 흐린 물이 섞이지 않고 뚜렷한 경계를 나타내며 흘러가기 때문에 이를 빗대어 '일의 이치에 대한 옳고 그름의 구별이나 판단'을 의미할 때 '경위'라고 표현합니다.  

  • 경위가 밝다 / 경위가 분명하다 / 경위가 없다
  • 노인은 경위 없이 말대답을 하는 사내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두 단어의 예문에서 보듯 옳고 그름을 따진다면 경위(涇渭), 일의 과정을 뜻한다면 경위(經緯)를 써야 합니다.

'경위(涇渭)'의 표현을 사용할 때에는 유의해야 할 '경우(境遇)'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경우(境遇)'라는 단어에  '사리나 도리' 또는 '놓여 있는 조건이나 놓이게 된 형편이나 사정'이라고 풀이하고 있기 때문에  '경위가 바르다'고 써야 할 곳에 '경우가 바르다'고 말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경위'와 '경우'를 구별하지 않고 쓰는 탓에 '경우'에 '경위'의 의미를 덧붙인 것으로 보이지만 '사리의 옳고 그름이나 이러하고 저러함에 대한 분별’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경위(涇渭)’를 쓰고, '놓여 있는 조건이나 놓이게 된 형편이나 사정'을 말할 때는 '경우'로 표현하는 것이 옳습니다.

‘경위’의 용례: 경위가 밝다/경위가 분명하다/경위가 바르다 

‘경우’의 용례: 경우가 아니다/경우에 맞다/경우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마라.//만일의 경우/대개의 경우/어려운 경우에 처하다

도움이 되셨나요? 우리말 재미있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모든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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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거품        원작의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지만, 어떤 동화책에서는 인어공주가 왕자와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인어공주를 떠올릴 때 누구는 행복을 기억하고, 누구는 슬픔을 기억할 거다. 그렇게 진실은 먼 곳으로 가버리고 또 다른 인어공주가 등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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