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sanyang2
본문 바로가기
우리말 좋은말

[맞춤법신공] 국격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9. 16.

우리말 길라잡이 맞춤법

'걸맞는' 말고 '걸맞은'

형용사에는 '-는'이 붙을 수 없다. 

형용사는 상태의 '완료'만 나타낼 수 있으므로 '-은'이 붙는다.

 

“才不勝, 不可居其位. 職不稱, 不可食其祿”(재불승, 불가거기위, 직불칭, 불가식기록)

“지닌 재주가 일을 감당하기 어려우면 그 지위에 있을 수 없고, 직책에 걸맞은 역량이 없으면 그 녹(祿)을 먹어서는 안 된다” 명나라 유학자 호거인(胡居仁)이 쓴 거업록에 나온 글입니다.

누구의 아들이라는 역할을 넘어 제가 가진 역할의 테두리가 넓어지고 복잡해 질수록 '내가 이 일을 제대로 잘 하고 있는 것인가?'를 자문하게 됩니다. 세상 아래 새로운 일은 없다지만,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전 늘 마주하는 일들이 낯설고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이 글을 생각하면서 사람의 '그릇'이라는 것을 생각합니다. 

지닌 재주가 일천해 감당하기 어려워도 그 지위에 있어야 밥을 주니 밥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역량을 키우는 것이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만, 요즘 TV를 보면 역량이 충분한 사람이 꼭 그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반드시 역량이 있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게 되면서 세상의 이치가 꼭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늘 알아볼 내용은 '걸맞은'과 '걸맞는'입니다. 

"국격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라."

어느 칼럼의 문장을 가져왔습니다. 표현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바다를 사이로 이웃하고 있는 어느 나라에 요즘 전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우리말 어휘는 어렵습니다. 명확히 나눌 수 없는 애매한 말들도 많아서 알면 알수록 더욱 어렵습니다. 여기서 쓰인 '걸맞는'도 그중에 하나입니다. 위 문장에서 올바른 표현은 '걸맞는'이 아니라 '걸맞은'이 되어야 하죠. 하지만 신문에는 버젓이 '걸맞는'이 쓰인 기사들이 보이고, 알만한 분들도 '걸맞는'과 '걸맞은'을 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면서 모든 것을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낫다'라는 마음으로 오늘은 '걸맞는'과 '걸맞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따르면 '걸맞다'는 '두 편을 견주어 볼 때 서로 어울릴 만큼 비슷하다'는 의미의 형용사라고 풀이됩니다. 흔히 '어울리다', '적합하다', '적당하다' 등의 의미로 '분위기에 걸맞은 옷차림', '그 사람에게 걸맞은 배우자'라고 표현할 때 '걸맞은'을 쓸 수 있습니다.

  • 걸맞도록 행동하다 / 명성에 걸맞다 / 분위기에 걸맞은 옷차림
  • 나는 어느 면으로 보나 그녀에게 걸맞은 신랑감이 못 됐다.
  • ‘엿장수’와 ‘고물상’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는 꽁초를 버리지 않고 항상 귀에 꽂고 다니다가 필터만 남도록 다 피운 다음에야 버렸다.≪안정효, 하얀 전쟁≫
  • 친구로 사귀기에 걸맞은 상대.
  • 그녀는 여장부라고 부르기에 걸맞을 만큼 성격이 대범했다.
  • 대폿집이라기에는 너무 크고 깨끗했고, 요정이라기에는 구조가 걸맞지 않은 그런 형태였다.≪이문열, 변경≫
  • 그는 신붓감으로 집안 조건이 자기와 걸맞은 여자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 우리는 서로 걸맞은 짝이 아니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 그들은 키가 걸맞기 때문에 체조를 할 때는 언제든지 정병태가 첫째요, 최경화가 둘째로 선다.≪이기영, 봄≫

하지만 '걸맞는'은 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걸맞다'가 형용사이기 때문입니다. 형용사는 말 그대로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품사입니다.(참고로 동사는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품사입니다.)

우리말의 원칙에 동사는 ‘-는’, 형용사는 ‘-(으)ㄴ’을 쓴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사에는 '진행'을 나타내는 '-는'의 결합이 가능하지만,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는 상태의 '완료'만 있을 뿐 '진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는'이 결합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동사는 '진행'과 '완료' 모두 가능합니다) 그래서 '걸맞는'이 아니라 '걸맞은'이 쓰여야 하는 겁니다.

이와 비슷한 예로 '일정한 기준, 조건, 정도 따위에 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한 데가 있다'라는 뜻의 '알맞다'도 있습니다. '알맞다'라는 표현 역시 동사가 아닌 형용사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알맞는'이 아닌 '알맞은'이 맞습니다.

'걸맞는'이 아닌 '걸맞은'으로, '알맞는'이 아닌 '알맞은'으로

도움이 되셨나요? 우리말 재미있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모든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참고했습니다.

각 포털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flipboard에서 '행복사냥이'검색하시면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개망초        일제강점기 경인선 건설 시 철도침목에 묻어 들어와 번식했다 전하는 개망초는 꽃말이 '화해'다. 사람 발길 닿지 않는 들판에서도 하얀 꽃을 피워내며 한 세기가 넘도록 '화해'를 말하고도, 아직 이 땅에는 '화해'의 꽃이 피지 못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