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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좋은말

[맞춤법신공] '하룻강아지'는 사람으로 치면 '중 2'에 해당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9. 18.

우리말 길라잡이 맞춤법

'하룻강아지'는 '하릅강아지'가 변한 말

옛날에는 가축의 나이를 부르는 말이 있었어.

'하릅'은 한 살을 뜻하지. 그래서 '하룻강아지'는 '한 살' 강아지야.

어느 날, 누군가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나치게 겸손하면 세상을 사는 데 손해를 본다. 내가 보기에는 네가 그렇다."

그말을 듣고 하루종일 생각에 빠져들었습니다. 지나온 삶의 과정들을 돌이켜보니 겸손이라고 포장한 소심함에 허우적댄 날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저도 세상의 주인공인 줄 알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가진 것이 없고, 배운 것이 적어도 언젠가는 세상의 중심에 내가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발전해가면 넘어지는 일이 없이 거침없이 전진할 줄 알았고, 실패라는 단어는 성공의 과정에 있는 안주거리라고 여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알면 알수록 내 마음과 뜻이 닿지 않는 곳이 있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가 명확해지면서 하늘을 찌를 것만 같았던 패기는 조금씩 무뎌져 갔습니다. 

어깨에 얹어진 삶의 무게가 늘어갈 수록 확신할 수 없는 일과 이루어지지 않을 일들은 입 밖에 내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늘 그렇듯 이룰 수 있는 것보다 이룰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았고, 알아가는 것보다 알지 못한 것들이 더 많았습니다. 자신감이라는 말로 알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 싫었고, 이룰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들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가끔 세상 사는 일을 한없이 쉽게 생각하는 이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은 '철모르고 함부로 덤비는 것'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난 지 얼마 안 되는 어린 강아지나 '사회적 경험이 적고 얕은 지식만을 가진 어린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인 하룻강아지가 가끔을 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대단치 않은 경험을 가지고도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떠들어 댔던 그 때가 오히려 세상을 사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하룻강아지'에 대해서 알아 보겠습니다. 

언급했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에서 '하룻강아지'를 난 지 하루밖에 안 된 강아지로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갓 태어나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강아지가 범한테 대드는 상황은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습니다. 어미 젖도 떼지 못하고 눈도 뜨지 못해 앞이 보이지 않는 강아지가 어떻게 범에게 대들 엄두를 낼 수 있을까요?

'하룻강아지'는 본래 한 살짜리 강아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본래 우리말은 사물의 종류에 따라 세는 말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었는데, 100세의 인생을 바라보는 사람은 10년 단위로 성장을 가늠했지만 그보다 생이 짧은 가축은 1년 단위로 성장을 가늠했습니다. 그래서 소나 말, 개 등 주요 가축의 나이를 부르는 말도 달랐습니다. 한 살은 '하릅/한습', 두 살은 '이듭/두습', 세 살은 '사릅/세습', 네 살은 '나릅', 다섯 살은 '다습', 여섯 살은 '여습', 일곱 살은 '이롭', 여덟 살은 '여듭', 아홉 살은 '구릅/아습', 열 살은 '열릅/담불'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쓰이지 않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에서 '하룻강아지'는 생후 1년 된 개, '하릅강아지'가 변한 말입니다.

그렇다면 생후 1년 된 '하릅강아지'는 정말 범이 무서운 줄 모르느냐? 그렇다고 합니다. 

사냥개는 생후 1년은 돼야 비로소 사냥터에서 제 몫을 할 수 있는데, 개의 한 살은 사람 나이로 치면 15세 정도, 그때부터 성견다운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답니다. 그리고 이 시기는 사람도 개도 힘과 혈기가 넘쳐나 무엇도 두렵지 않을 때입니다. (중 2병이 아무 근거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곰이나 호랑이 같은 맹수를 사냥하러 갈 때는 바로 이 겁 모르는 1년생 개, 즉 하릅강아지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넘치는 혈기에 호랑이의 무서움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 맹수에게도 겁 없이 달려들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젊은 혈기나 어쭙잖은 실력만 믿고 주제도 모른 채 함부로 실력자에게 덤비거나 철없이 날뛰는 사람을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릅강아지에 비유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도움이 되셨나요? 우리말 재미있죠? 다행입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모든 출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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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이다. 이룬 것 없고 거둘 것이 없는데도 벌써 가을이다. 떠나야만 얻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야 씨앗조차 뿌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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